2010-11-28

난 그렇게 생각해요. 포기하는 것도 습관이라고

MBC 역전의 여왕 - 극본 : 박지은

구용식 : 가는 겁니까?

황태희 : 네.

구용식 : 왜요? 왜 그냥 가요?

황태희 : 갈만 하니까 가요! 비키세요, 좀.

구용식 : 왜 가냐구요.

황태희 : 내가 왜 그쪽한테 그 것까지 설명해야 되요? 비켜요, 좀.

구용식 : 나보고 갑이라면서요.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아버지 백 믿고 재수 없다면서요?

황태희 : 내가 아무리 취했어도 그렇게까지 솔직하게 말했을까.

구용식 : 본인은 너무너무 억울하고 불쌍하고 정의로운 것처럼 큰소리치더니 왜 도망가요?

황태희 : 상관 말라구요, 글쎄.

구용식 : 그러니 평생 을이지.

황태희 : 방금 뭐라고 그랬어요?

구용식 : 그러니 을이라고요. 아니, 자기가 노력하고 잘해서 차지한 자리까지 박차고 도망가면서 누구보고 억울하대? 어떡할 거예요? 사람들이 엘리베이터 잡고 있다고 욕해요. 왜 남의 회사와서 민폐를 끼치고 계셔 이 아주머니가?


황태희 : 뭐하는 짓이에요, 지금? 내가 그랬죠. 잘난 척 그만하고 본인이 틀렸을 수도 있는 생각도 해보라고. 사람이 뭔 행동을 했을 땐 다 그만한 사정이 있는 거거든요? 뭘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구용식 : 난 그렇게 생각해요. 포기하는 것도 습관이라고.

황태희 : 뭐라구요?

구용식 : 오늘 포기한다는 건 예전에도 그렇게 쉽게 포기해 봤다는 얘기고, 다음에 또 그렇게 포기할 거란 얘기예요. 습관처럼. 그쪽 말대로 철저한 갑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렇게 포기하는 습관을 가진 을은 별로 고용하고 싶은 마음이 없네요. 안녕히 가세요.


*배역 : 구용식(박시후), 황태희(김남주)


드라마를 보진 않았지만, 잊을 수가 없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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