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07

26

한 사람만 제외하곤 모두 백인이었다. 그리고다섯 사람만 제외하고는 모두 남자였다.

몇몇은 천재에 가까울 정도로 영리했고 몇몇은 광기가 번득이는 천재였다. 카네기 홀에서 첼로 독주회를 한 경력을 지닌 사람도, 프로 농구팀에서 1년간 선수로 활약한 사람도 있었다. 여섯은 소설을 썼는데. 둘은 책으로도 출간했다.ㅣ 신부가 되려다 환속한 사람도, 감화원에 다녀온 사람도 있었다. 죽음에는 공통적으로 무관심했다.

1958년 9월의 해맑은 아침은 오늘, 그들은 하버드 의대 신입생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D룸에 앉아 커트니 홈즈 학장의 환영연설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홈즈 학장은 로마동전 속에서 걸어나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동전의 인물상과 닮은 얼굴로 탯줄 대신 금시계를 허리춤에 차고 나온 사람처럼 행동했다.

침묵을 주문하지도 않았다. 빙그레 웃으면서 신입생들을 바라보기만 했다.

"제군들이여~!"

연설을 시작했다.

"여러분들은 의학이라는 거대한 대륙을 탐험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탐험 중에 여러분은 아직 신비의 계곡으로 남아있는 혼자서 탐험할 고통과 질병의 영역도 찾아내야 합니다. 이 방에 앉아 있는 여러분 중에 백혈병, 당뇨병, 홍역, 그리고 인간을 죽음으로 몰고가는 수백가지 질병의 치료법을 발견하는 주인공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는 잠시 효과를 위해 말을 쉬었다가 창백할 정도로 파란 두 눈을 반짝이며 다시 이었다.

"감기도 포함해서,"

모두들 크게 웃었다.

은발의 학장은 고개를 숙이며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학생들은 호기심에 싸여 기다렸다.

마침내 고개를 든 그는 다시 연설을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는 이전보다 더 부드러웠고 더 가라앉아 있었다.

"여러분에게 비밀 하나를 공개하는 것으로 얘기를 마치겠습니다. 진지한 태도로 들어주십시오."

뒤로 돌아선 그는 칠판에 뭐라고 썼다.

숫자 두 개 '26' 이 보였다.

방안은 호기심으로 술렁거렸다.

잠시 그대로 있던 홈즈는 숨을 가다듬으며 학생들을 주시했다.

"제군들이여, 이 숫자를 기억해 두십시오. 지구상에는 수 천 가지의 질병이 있지만 의학적으로 치료법이 개발된 것은 스물여섯 개 뿐입니다. 나머지는 우리들의 숙제입니다."

그리고 끝났다.

군인처럼 절도있게 그리고 귀족처럼 온화하게 그는 강단에서 내려와 방을 나갔다.

놀란 학생들은 박수치는 것도 잊고 있었다.

-닥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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