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07

인간은 일순에 나이를 먹는다구

"그런데, 자넨 어째서 이혼하게 됐지?"

"간단하다구. 어느 날 여편네가 나가버렸단 말야."

"돌연?"

"그렇다구. 아무 말 없이. 돌연 나가버렸지. 예감조차 없었어. 집에 돌아와 보니 없었어. 어딘가 쇼핑하러 갔겠지 하고 나는 생각했었지. 그래서 저녁밥을 짓고 기다렸었지. 하지만 아침이 돼도 돌아오지 않았어. 1주일이 지나도, 1개월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어. 그 다음에 이혼청구 용지가 날아들었지."

그는 그 일에 대해서 잠시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숨을 쉬었다.

"이런 말투는 자네를 다치게 하는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나 자네는 나보다 행복하다고 생각해"하고 그는 말했다.

"어째서?" 내가 물었다.

"내 경우, 여편네는 나가버리지 않았지. 내가 두들겨 맞고 쫓겨났단 말이야. 말 그대로 말야. 어느 날 두들겨 맞고 쫓겨났지." 그는 유리창 너머로 물끄러미 먼 데를 바라보았다. "지독한 이야기라구. 하나에서 열까지 계획적이었단 말이야. 영락없이 전부 계획돼 있었단 말이야. 사기나 다름 없었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이것 저것의 명의가 서슴없이 바뀌어 써지고 있었지. 그건 참 볼 만한 솜씨였어. 나는 그런건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지. 나는 그 여자와, 같은 세무사한테 의뢰하고 있어서 아주 위임해버렸었지. 신용했었어. 인감도장만 해도, 증서만 해도, 증권만 해도, 세금 신고에 필요하니까 맡기라고 하면, 아무런 의심도 품지 않고 맡겼다구. 나는 그러한 세세한 일은 질색이고 해서, 맡길 수 있는 것이라면 모두 다 맡기고 싶었거든. 그런데 그 놈이 저쪽 친척들과 붙어 있었더란 말일세. 알고 보니 난 깨끗이 빈털터리가 되어있었지. 뼈다귀마저 씹힌 꼴이지 뭔가. 그리고 쓸모없게 된 개처럼 두들겨 맞고 쫓겨난 셈이지. 좋은 공부가 됐어." 그리고 그는 다시 빙그레 웃었다. "그래서 나도 좀 어른이 되었지."

"벌써 서른네살이야. 싫어도 모두 어른이 되지"하고 나는 말했다.

"확실히 그렇다고. 바로 그렇지. 자네 말대로야. 하지만 인간이란 묘하다구. 일순에 나이를 먹는단 말일세. 참말이지. 나는 예전엔 인간이란 건 1년, 1년순번으로 나이를 먹어가는 거라고 생각했었지."고혼다군은 내 얼굴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듯 하면서 말했다. "하지만 그렇진 않지. 인간은 일순에 나이를 먹는다구."



무라카미 하루키
<댄스댄스댄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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