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29

성격이 점점 모나지나..

상견례를 준비하면서 아빠와 다툼이 잦았다.

아... 모르겠다. 찬찬히 생각을 정리해야지 안되겠다.

근본적으로 결혼을 준비하면서 아빠는 체면과 예의라는 걸 중요하게 여기고 나는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서 오는 마찰이다.

아빠 기준에서는 삭발한 내 머리는 예의가 아니란다. 아빠 손님들에게 예의가 아니니까 머리를 길르던지 가발을 쓰던지 하라고 했다. 여기서 무척 기분이 상했는데 내 존재에 대한 부정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지금의 내 모습이 난데, 이 모습은 지인들에게 보여주기에 부끄러우니 머리를 달리하라라는 강요였다. 아들의 모습에 대해 인정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아들이 되어야 하는건가.

난 정말 이 부분이 싫었다. 이 일을 시작으로 계속 아빠엄마와 마찰이 생긴다. 관계가 더 안좋아지면 어디까지 안좋아질지 모르니 그냥 내가 참고 시키는대로 해야겠다.

내 결혼이지만 정작 주체는 내가 되지 못하는데서 나는 기분이 나쁘다...

자꾸 내가 퉁명스러우니 엄마는 나보고 성격이 점점 이상해지는 거 같다고 한다.
그런가..

내가 욱할 때가 있는데 언제 그러는지 보면
나의 대해 부정할 때,
내 선택에 대해 부정할 때이다.

내가 부정당하면 기분이 매우 나쁘다.@


2014-12-09

기록을 남긴다는 거

매우 중요하다. 정말로 매우 중요하다.
사실 진실로 중요한 일은 나를 되돌아보는 일이다. 내가 스스로를 돌아보고 나를 온전히 만나서 되새김질 하는 일은 너무 소중한 시간인 것 같다. 그리고 돌아볼 때, 너무나 좋은 거울이 되는 것이 지난 날의 기록이다. 이 기록이 하나의 기준이 되어 그 때 당시의 내 모습과 지금을 견주어준다.

여자친구와 또 싸웠다.
나에게 난처한 부탁을 했고, 난 그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 분명 매우 서운해하고 있을 것이다. 이 꼬임의 시작은 1000일 기념일에 혼자 밥을 먹은 일에서 야기되었다.
내가 좀 무뎌지긴했다. 예전에는 여자친구에게 표현도 많이하고, 뭔가 같이 해보려고도 하고, 기념일도 꼬박꼬박 챙기곤 했었다.
하지만 같이 일을 하고나서부터는 내가 좀 무덤덤해졌다.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시간을 내야만 서로가 만날 수 있었던 상황에서 이제 매일 보게 되었다는 점이다. 매일 보게 되면서 내가 무뎌진거 같다.

러브레터를 써본지 오래 되었고, 사랑한다는 말도 안하게 되었다. 너무나 여자친구가 익숙해져서 그런건가. 여자친구는 서로가 익숙해져가는 이 상황을 피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서로에게 점점 무뎌지는걸 막으려고 더욱 노력해야한다고 했다. 나는 서로 좋으면 됐지 노력을 왜 하냐는 생각이어서 그녀의 말을 그냥 넘겨버렸었다. 왜 자꾸 나를 바꾸려하냐고 오히려 여자친구에게 화를 내려던 참이었다.

그래.. 예전의 나라면 어땠을까.. 매일 만나고 싶어하던 때의 나는 어땠을까.. 기념일에 케익을 먼저 준비하고 기다리고있지 않았을까..

그러고보면 내가 무덤덤해진 이후로 우리 관계를 끊임없이 가꿔온건 다 여자친구다. 내가 무슨 노력이나 했던가...

생각의 전환은 참 쉬운게 아니지만 어쨌든 해야한다. 내 기분과 감정상태가 매우 안좋을지라도 관계를 회복하려는 의지는 포기하면 안된다. 의지로 밀고 가야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좋지 않을 생각들이 이어지더라도 다시 생각을 바꿀 수 있다. 그리고 그게 가능하도록 만드는 수단이 나에게는 일기인 것 같다.

다시 여자친구와 잘 지내야지!

상즉인

작은 장사는 이문을 남기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만 큰 장사는 결국 사람을 남기기 위해서 하는 일이라는 철학이었다.
이는 논어에 나오는 구절인데 이인편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사람이 이익대로 한다면 원망이 많다. 이익이란 결국 나 자신을 위하는 것이니 필히 상대방에게 손해를 주는 결과가 된다. 그래서 이익을 좇으면 원망을 부르기 쉬우니 결국 '의를 따라야 한다.' 따라서 '군자가 밝히는 것은 의로운 일이요, 소인이 밝히는 것은 이익인 것이다.'"
이런 철학을 임상옥에게 불어넣어 준 사람은 다름아닌 그의 아비 임봉핵이었다. 임상옥은 아비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 이야기를 들어왔었다.
"장사란 이익을 남기기보다 사람을 남기기 위한 것이다. 사람이야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이윤이며, 따라서 신용이야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자산인 것이다."
자신은 신용은 커녕 최소한의 이익조차 남기지 못하고 비참한 최후를 마친 객상이었지만 그가 남긴 교훈은 임상옥의 인생에 있어 귀중한 법도가 된 것이다.

'商卽人(상즉인)'

'장사는 곧 사람이며 사람이 곧 장사'라는 상도에 있어서의 제 1조는 임상옥이 평생을 통해 지켜나간 금과옥조였던 것이다.

- 최인호의 상도에서 -

2014-12-07

기념일을 놓쳤다.

1000일이라는 기념일이었다.
내 일은 저녁 9시가 넘어서 끝날 거 같았다. 여자친구는 7시에 끝난다.

낮에 전화 통화로 서로의 안부를 묻다가 우리는 오늘 안될 거 같다는 얘기를 나눴고,
주말은 되어야 좀 여유가 있을 거 같다고 했다.

다시 일을 정신없이 했고, 허기가 져 밥을 시켜먹었다.
이 때의 나는 기념일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 날에 대해 최대한의 사실을 적어둬야겠다. 힘든 일이지만 훗날의 나를 위해..)

밥을 먹고 있을 때 여자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뭐하고 있냐는 물음에 나 지금 밥을 먹고 있다는 대답을 했다.

내가 밥을 먹고 있는 상황에 대해 여자친구는 너무나 서운해했다.
집에 가버리겠다고 소리치며 전화를 끊었다.

주위에서 얘기를 했다. 꽃을 선물하라고..

일이 다 끝나고 나니 9시가 넘었었다.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 요가학원에 갈 시간이겠거구나 싶었다. 주변의 꽃 집을 네비로 찾아서 3군데를 가보았다. 문을 다 닫았다. 케익을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파리바게트에 가서 케익을 샀다.

그녀의 아파트 주차장에서 30분 가량 기다리며 케익을 자르며 듣기 좋을 노래를 찾고 있었다. 그러다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만나기로 했다. 그녀의 집 앞으로 나갔다. 날씨가 매우 추웠다.

그녀가 왔다. 어두운 표정이었다. 나를 보며 울면서 얘기했다. 천일이라고 특별한 거 바란 것도 아니었고, 그저 같이 저녁먹고 내 옆에서 있으면서 일하는 데 같이 있을 생각이었다고 했다. 근데 내가 그냥 아무 생각없이 밥을 먹고 있다고 하니까 너무나 서운했다고 했다. 그녀는 많이 울었다.

그녀는 내게 잘못했어 안했어라고 물었다. 나는 속으로 잘못을 한 게 있는건가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녀에게 잘못했다고 했다. 자동차로 가서 좋은 음악을 틀고 케익을 자르고 얘기를 나눴다. 그래도 그녀의 기분은 풀리지 않았었다.

내게 여자의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그저께였다.

뭘 좀 가지러 여자친구에게 갔다. 알바하는 여자애와 같이 있었다. 내가 오자 기념일에 있었던 일들은 알바하는 여자애에게 얘기를 했다. 나는 무안했지만 어느 정도 괜찮았다.

저녁에 되어 여친의 친구와 같이 셋이서 저녁을 먹게 되었다. 베트남 쌀국수 집이었다. 밥을 먹으면서 친구에게 기념일에 있었던 내 행동에 대해서 얘기를 했다. 감정을 가득 담아서 얘기했다. 그 친구도 내게 너무 잘못해서 편을 들어줄 수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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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사실이다.

이 3번의 질타로 나는 내 생각보다 깊은 상처를 받았다. 내가 그렇게 잘못을 했던건가..
나도 내 입장이라는 게 있으나 모든 상황이 여자의 입장으로만 돌아갔다.
여친이 너무나 서운해 하길래 그만 서운해하라고 했다. 너무 서운해하면 나도 서운하다고..
내 서러움 따위야 아무도 신경쓰지 않지만 나도 서운했었다. 서운함을 표출한 자리가 없었다.

내게 1000일의 의미는 그리 크지가 않았다. 1000일이나 됐구나.. 정도였다.
그냥 무덤덤했다. 이것이 사랑의 식었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무덤덤했다.

그냥 여자친구와 만나면서 하루하루가 지나갔고, 어느 덧 천번째 날이 되는 거였다. 천일이라고 특별한 게 아니었다. 오히려 우리가 만나고 있는 지금 순간이 더 특별하면 특별한거다.

나만 그런 걸수도 있는데, 나는 내 생일에도 별 감흥이 없다. 축하를 해주는 친구들도 진실로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서 축하해주지 않는 것 같다. 그냥 생일이다.

나는 그래..
무덤덤한 성격을 가진 사람인거다.

나의 문제인건가. 내 무덤덤함이 상대방에게 피해를 준다면 문제가 된다.
음... 이번 일은 내 입장은 어찌되었든 여친에게 감정적으로 큰 상처를 주게 되었으니 내게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상대방의 이해를 바라는 것보다 나를 바꾸는 일이 더 쉬운 방법인 거 같다.
내 모습 그대로를 이해해달라고 하는 것보다 상대가 원하는 모습으로 변하는 게 쉬운 거 같다.

이게 참 쉬운 방법이면서도 어려운 것은, '나'라는 존재가 내 스스로의 내가 아니라, 타인이 원하는 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음...

결국, 나는 내 고집대로 나를 바꾸지 않고 상대방에게 이해를 해달라는 선택을 한다.
그것이 입장을 바꿔서 내가 상대방에게 바꾸라고 강요하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이해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