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22

힘든 시간들을 통해 내가 누군지를 더 잘 알게 된다

나중에 힘들 때
힘을 낼 수 있게
지금의 기억을 남겨두고 싶어서 적는 일기.




한 세달동안인가..

힘든 일들이 많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인지 적을 순 없지만 힘든 일들이 많았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 마음이 힘들었다.
어떤 일들이 지속적으로 생기고 그 일들이 내 마음을 힘들게했다.
그럴 때일수록 내 스스로의 마음을 살피고 생각을 했어야하는데
난 화라는 감정에만 휘둘려졌다.
나의 생각보다 감정이 더 격렬하게 뛰어다녔고 나를 움직였다.

난 마치 온몸에 멍이 든 것처럼
주위의 따뜻한 관심과 손길조차 내 몸에 닿으면 아파했다.
날 감싸주려는 손길이 고통스러워서 뿌리쳤다.
나를 생각해서 해주는 걱정들이 참 싫어졌었고
그 걱정들과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점점 사람들 연락을 피하기 시작했고
나는 나약한 나를 지키기 위해 더 동굴로 들어갔다.

시간이 필요했던걸까..

무얼하든 집중할 수가 없었다.
머리 속이 잡념으로 가득해서 아무 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몸도 마음도 점점 약해지는 듯 했고,
그렇게 시간만 흘렀갔다.

그러다 우연히 보게 된 김어준 아저씨의 영상.
자기 객관화라는 개념..
내 바닥을 인정해야 했다.
내가 인정하기 싫은 내 스스로의 모습들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만
내가 언제 행복하고, 어떤 일을 즐거이 느끼는지 알게 된다.

왜 그렇게 마음에 상처를 받았을까..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남들의 시선과 생각을 신경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예를 들면 머리를 삭발하는 게 그렇다.
머리가 많이 빠졌었고 이게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었다.
머리를 감고 거울을 볼 때마다 스트레스고,
고개를 숙일 때마다 상대방이 머리에 대해 얘기하는 게 스트레스였다.
공중화장실에 가도 거울을 보면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게 머리가 빠져보이나였다.
왜 그런가.
남들에게 내가 머리가 빠져보이는 모습이 나 스스로 싫었던거다.
머리가 빠지는 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할만큼 나는 자존감이 높지 않았던거다.
난 이런 내 모습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머리가 빠진다는 걸 받아들였고,
주위 사람들 시선을 신경썼구나라는 걸 받아들이기로 했다.
외국인들은 머리가 빠지면 아무런 망설임 없이 머리를 밀어버리는 사람들이 많댄다.
주변 시선이야 어떻든 상관없이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처럼.
그리고 나도 그러기로 했다.

머리를 삭발한 것이 하나의 시작이 되어
나의 부끄러운 모습들을 인정하기 시작했고
자존감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여전히 상처들이 남았지만
이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많이 달라졌다.

좀 더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내가 나를 좀 더 믿을 수 있게 되었다.

20대에 겪었으면 좋았을 일을 뒤늦게 겪었지만
이런 힘든 시간들이 있기에
나를 좀 더 알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제 나를 믿고 있고
내가 믿는 것들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주변의 걱정대로 살고, 다른 사람이 원하는 삶을 사는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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